지구는 기후위기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6차 대멸종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증유의 상황입니다. 인류가 온 힘을 다해 대응하지 않으면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될 만큼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환경보다는 경제’, ‘미래세대보다는 당대’의 이익을 우선시 하며, 성장 중심의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 그리고 기업은 물론 종교계와 시민사회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와 정책 등을 통해 이 난국을 해결하는데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직접적으로는 탄소자원의 과다한 사용으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지구온도를 높여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그 근본에는 자연과 자원이 무한하다는 착각, 성장만을 추구하는 경제시스템, 편리함과 안락함에 젖은 생활습관, 무분별한 과소비 등 인간의 탐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연과 인간은 별개가 아닌 하나이며 이 세상은 모든 존재가 인과관계로 얽힌 인드라망이라는 이치를 모른 채, 우리 스스로 자연을 정복과 이용대상으로만 간주해왔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금까지 인류가 형성해 온 이원론적 세계관과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와 개인이 지향해 온 삶의 방향과 방식에 대해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연화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은 생주이멸(生住異滅), 성주괴공(成住壞空)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영원히 성장할 수 있다는 환상과 욕망에서 깨어나 더불어 행복한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기후위기 시대, 자연을 인간의 욕망을 위해 수탈하고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고 공존해야 함을 깨닫게 하는 너무나 소중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이러한 가르침에 따라 우리의 삶을 생명살림의 삶으로 전환시켜 자연의 순환 질서를 되찾고, 다음 세대의 삶의 기반을 유지해 나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실천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많은 대중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인도하는 가장 적극적인 종교적 실천 활동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먼 길도 내딛는 처음 한 걸음부터 시작합니다. 우리의 일상생활부터 바꾸지 않고 거대한 변화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사찰과 불자들의 일상생활에서 지구 생명을 지키며, 탄소 중립과 녹색전환을 위한 실천 활동에 불교계가 앞장서는 것은 물론, 인류의 세계관과 가치관의 대전환을 촉구해야 할 때입니다. 이 지침서가 기후정의 실현과 탈성장 문명전환을 위한 생명살림의 길에 들어선 우리의 실천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022. 12.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공동회장
진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