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종교 연대 탄소중립 실천 캠페인을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주최로 거행함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기후위기로 인류 전체가 절멸될지도 모를 심각한 생존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 기후위기는 우리의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이상 기온도 갈수록 잦아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가뭄이, 한쪽에서는 홍수로 몸살을 앓는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유래없는 한파와 폭염으로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남북극 빙하의 해빙, 사막화, 열대우림의 감소, 산호초의 멸종, 생물다양성 소멸 등 지구생태계 전체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2050년이 되면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거주 할 수 없는 땅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물론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의 증가입니다. 이에 따라 지금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여 2021년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를 발족하여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마련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안을 제출하는 등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만, 이는 산업 전반의 구조를 조정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 그 실행이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기후 문제의 심각성은 이것이 단지 탄소배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지금까지의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과 개발광풍, 시장만능주의와 과소비 등의 문제가 있고, 더 근원적으로는 인간이 자연을 대했던 태도의 문제가 있습니다. 근대 이후로 인간은 자연을 한갓 물질적 대상으로만 간주하면서 마구 이용하고 정복하고 착취해도 되는 물건으로 대했습니다. 특히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토지와 그 땅의 모든 생명들을 하나의 잠재적 상품으로 간주하게 되면서 자연에 대한 파괴는 그 도를 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문제를 그냥 두고 단지 탄소 배출만을 억제하는 정책만으로는 실효를 거두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결국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삶의 방식의 전면적 전환이라는 근본적이고 생태적인 변화가 요구됩니다.
여기에 종교계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종교 교리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청빈하고 무욕적 삶의 방식을 중요한 삶의 가치로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천도교도 모든 만물 속에 거룩한 한울님이 모셔져 있다고 하는 수운 대신사의 시천주(侍天主) 사상은 물론, 천지를 부모와 같이 공경할 것을 강조한 ‘천지부모(天地父母)’의 사상, 그리고 살아 있는 생물은 물론 무기물, 주변의 물건조차도 공경하라고 한 ‘경물(敬物)’, 그리고 생명의 순환질서를 강조한 ‘이천식천(以天食天)’ 등 자연과 생명에 대한 해월 신사의 소중한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또한 수운 대신사의 ‘다시개벽’은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예감하고, 시천주의 ‘모심’에 바탕해서 모든 존재와 생명을 한울님으로 공경하는 ‘살림의 문명’을 열어낼 것을 촉구한 전환적 사유입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종교계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행동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이제 우리 교단도 스승님의 가르침 바탕으로 생태정의를 세우는 한편, 뭇생명을 공경하고, 청빈한 삶과 자립적 삶, 공동체적 정신을 살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생태문명을 위한 전환 행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서 나아겠습니다. 이 지침서가 우리 교단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 행동에 귀중한 길잡이가 되길 심고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천도교 교령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공동회장
박 상 종 심고
한울님 스승님 감응하옵소서! 저희 종교인들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탄소중립과 전환사회를 위한 캠페인과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희들은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지상주의에 빠져, 생명의 근원인 천지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산천을 마구 파헤치고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배출함으로써, 지구를 신음하게 하고 하늘과 땅을 병들게 하였습니다. 저희 종교인들은 그동안의 탐욕과 무지를 반성하며, 근본을 잃어버린 삶에 대해 참회하면서 저희들이 먼저 앞장서서 대전환의 길에 나서고자 합니다.
저희 종교인들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생명·생태계의 파괴와 갈수록 위협받고 있는 세계 평화, 더 어려워지고 각박해지고 있는 서민들의 살림살이, 각종 차별과 불평등, 그리고 온갖 거짓과 불의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현실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도 성장만을 외치는 가운데,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 생태계, 그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유래 없는 폭염과 한파, 홍수와 가뭄, 바닷물의 열순환 방해, 엘리뇨 현상, 영구동토층 감소, 제트기류 이상, 사막화, 남북극 빙하의 해빙, 산호초의 죽음, 아마존 밀림과 북쪽 수림대의 감소 등 생태계의 균형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는 것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성장과 개발, 과잉 생산과 소비를 지속하는 한 임박한 기후재난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점점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시대는 지금, 깊은 어둠에 빠져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종교인들은 더 이상 세상의 어둠과 불의에 눈감지 않고 희망의 빛을 비추고자 이렇게 모였습니다. 더 이상 생명이 파괴되는 현실을, 재난적 기후위기의 현실을 묵과할 수 없습니다. 저희들은 종교인의 양심으로 이 기후위기의 원인을 단순히 탄소의 문제로만 보는 과학기술적 시각을 넘어, 더 발본적으로 자본주의적 개발과 무분별한 성장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또한 천지를 모든 생명의 부모로서 마땅히 공경해야 하는 근본을 잃어버리고, 각자위심에 빠져있었던 것을 깊이 참회합니다. 이제 이 절멸적 위기를 큰 전환의 기회로 삼아 자연과 인간과 공동체를 존중하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고민하고, 도의적이고 품격 있는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겠습다. 저희 종교인들이 먼저 앞장서서 청빈하고 무욕적인 삶으로 전환하겠습니다. 그동안 인류의 위대한 지혜를 계승하고, 집단 지성을 모아서 새로운 정치, 새로운 경제를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그리하여 천지를 부모님처럼 공경하고, 모든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모든 생명들이 한울님으로 공경받는 세상을 열겠습니다.
한울님, 스승님! 원컨대 저희에게 큰 힘과 용기와 빛나는 지혜를 내려 주시어, 이 기후위기를 통해 저희들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이 세상이 더 이상 돈과 권력과 탐욕이 아니라, 생명과 평화, 사랑과 자비, 상생과 나눔, 모심과 공경, 그리고 살림의 거룩한 정신에 의해 이끌어질 수 있도록 감응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이 진정한 자유와 평화와 기쁨으로,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동귀일체적 삶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사오니, 한울님 스승님, 감응하옵소서!